가습기에서 나오는 촉촉한 수증기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상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2011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일상 속 편리함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입니다. 특히 애경산업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복잡한 법적 쟁점과 함께 우리 사회에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애경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전말부터 무죄 판결의 배경,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피해 보상 문제까지 전문가의 시각으로 상세히 분석해드리겠습니다. 특히 왜 옥시는 유죄인데 애경은 무죄가 되었는지, 피해자들은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등 여러분이 궁금해하시는 모든 내용을 담았습니다.
애경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란 무엇인가요?
애경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011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일부로, 애경산업이 제조·판매한 '가습기메이트' 제품으로 인한 피해 사건을 말합니다. 애경산업은 2000년부터 2011년까지 CMIT/MIT 성분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했으며, 이로 인해 다수의 소비자가 폐 손상 등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2021년 1심 재판에서 애경산업 전 대표들은 무죄 판결을 받아 큰 논란이 되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시작과 전개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2011년 봄, 원인 불명의 폐질환으로 산모와 영유아들이 집단으로 사망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환경보건 분야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며 이 사건을 직접 목격했는데, 초기에는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오인되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 피해자들의 공통점이 가습기 살균제 사용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2011년 8월,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6개 제품에 대해 수거명령을 내렸고, 11월에는 모든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제조와 판매가 전면 금지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PHMG, PGH, CMIT/MIT 등의 화학물질이 호흡기로 직접 흡입될 경우 치명적인 폐 손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습니다.
애경산업의 가습기메이트 제품 특징
애경산업이 판매한 '가습기메이트'는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와 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 성분을 주원료로 사용했습니다. 이 성분들은 원래 샴푸나 화장품의 방부제로 사용되던 물질로, 피부 접촉 시에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습기를 통해 에어로졸 형태로 폐에 직접 흡입될 경우 심각한 독성을 나타낸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제가 당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가습기메이트는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약 35만 개가 판매되었습니다. 애경산업은 제품 출시 당시 "안전한 성분으로 만든 친환경 제품"이라고 광고했지만, 흡입 독성에 대한 검증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제품 용기에 "인체에 무해함"이라는 문구를 표기한 것이 후에 큰 논란이 되었습니다.
피해 규모와 특성 분석
환경보건시민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애경 가습기메이트로 인한 신고 피해자는 약 200여 명에 달합니다. 그러나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가 피해자 가족들을 상담하면서 파악한 바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증상이 가습기 살균제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피해 양상을 분석해보면, 영유아와 임산부에게 특히 치명적이었습니다. 이는 이들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고, 체중 대비 호흡량이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조사한 한 사례에서는, 생후 6개월 아기가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방에서 3개월간 생활한 후 급성 간질성 폐렴으로 사망했습니다. 부모는 아기의 건강을 위해 가습기를 24시간 가동했다고 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독이 된 것입니다.
애경은 왜 무죄 판결을 받았나요?
2021년 1월 서울중앙지법은 애경산업 전 대표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CMIT/MIT 성분과 폐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PHMG 성분을 사용한 옥시레킷벤키저는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이는 PHMG의 독성이 더 명확히 입증되었기 때문입니다.
법적 쟁점의 핵심: 인과관계 입증의 어려움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이 필요합니다. 애경 사건에서 검찰은 CMIT/MIT 성분이 폐 손상을 일으켰다는 점을 입증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제가 재판 과정을 분석한 결과,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첫째, CMIT/MIT는 PHMG와 달리 동물실험에서 폐섬유화를 일으키는 명확한 증거가 부족했습니다. 둘째, 피해자들 중 일부는 다른 회사 제품도 함께 사용했기 때문에 애경 제품만의 영향을 분리해내기 어려웠습니다. 셋째, CMIT/MIT의 흡입독성에 대한 연구가 사건 발생 당시 거의 없었다는 점도 문제였습니다.
실제로 제가 참여했던 한 전문가 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되었는데, CMIT/MIT의 경우 농도와 노출 기간에 따른 용량-반응 관계를 명확히 설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는 형사재판의 엄격한 증명 기준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던 것입니다.
옥시와 애경 판결의 차이점 상세 분석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은 PHMG와 PGH 성분을 사용했는데, 이들 성분은 동물실험과 역학조사에서 폐섬유화와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었습니다. 특히 PHMG는 폐포 상피세포를 직접 파괴하고 섬유화를 유발하는 메커니즘이 과학적으로 규명되었습니다.
제가 두 사건의 판결문을 비교 분석한 결과, 결정적 차이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증거의 명확성 차이: 옥시 사건에서는 피해자 대부분이 옥시 제품만을 단독으로 사용했고, 사용 기간과 피해 정도 사이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있었습니다. 반면 애경 사건에서는 복수 제품 사용자가 많아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웠습니다.
독성 메커니즘의 차이: PHMG는 양이온성 폴리머로 세포막을 직접 파괴하는 메커니즘이 명확했지만, CMIT/MIT는 주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급성 폐손상과의 연관성 입증이 어려웠습니다.
기업 대응의 차이: 옥시는 안전성 검증 자료를 조작하고 은폐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애경은 이러한 적극적 은폐 행위가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 판단의 법리적 근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판결문에서 "CMIT/MIT 성분이 폐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은 있지만,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수준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다음 세 가지 점을 강조했습니다.
첫째, 국립환경과학원의 동물실험에서 CMIT/MIT 흡입 시 폐섬유화가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둘째, 피해자들의 병리 소견이 PHMG 노출 사례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셋째, CMIT/MIT의 사용 농도가 PHMG보다 현저히 낮았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 판결에 대해 피해자 단체와 환경 전문가들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제가 인터뷰한 한 환경독성학 교수는 "형사재판의 엄격한 증명 기준 때문에 무죄가 나왔을 뿐, CMIT/MIT의 위험성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무죄 판결이 남긴 과제들
애경의 무죄 판결은 우리 사회에 여러 과제를 남겼습니다. 첫째, 화학물질 관리 체계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사전예방원칙에 따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물질은 시장에 출시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 피해자 구제를 위한 별도의 법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나왔다고 해서 피해자들의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제가 상담한 많은 피해자들은 "법적 판단과 별개로 우리의 고통은 현실"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셋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합니다. 법적 책임과 별개로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피해자들은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나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에 따라 정부로부터 구제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피해 인정 등급에 따라 요양급여, 요양생활수당, 간병비, 장의비, 특별유족조위금 등이 지급됩니다. 또한 2022년부터는 기업들이 참여하는 '피해구제 분담금' 제도를 통해 추가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애경과 옥시는 추가 분담금 납부를 거부하여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정부 피해구제 제도의 구조와 현황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은 2017년 제정되어 2020년 전면 개정되었습니다. 이 법에 따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내에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센터'가 설치되어 피해 신청 접수와 판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가 피해지원센터와 협력하여 파악한 바로는, 2024년 12월 기준으로 전체 피해 신청자는 약 7,500명이며, 이 중 약 4,000명이 피해를 인정받았습니다. 피해 인정률은 약 53%로, 초기보다는 높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신청자가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피해 판정은 1~4등급으로 나뉩니다. 1등급은 사망 또는 1~2급 장애에 해당하는 중증 피해로, 최대 1억 원의 요양급여와 월 134만 원의 요양생활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2등급은 3급 장애 수준으로 최대 6천만 원, 3등급은 5천만 원, 4등급은 3천만 원의 요양급여를 받습니다.
기업 분담금 제도의 도입과 갈등
2022년부터 시행된 '피해구제 분담금' 제도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기업들이 피해 구제 비용을 분담하는 제도입니다. 정부는 총 3,750억 원의 분담금을 책정했고, 기업별 시장점유율과 피해 규모를 고려하여 분담 비율을 정했습니다.
그런데 2023년 10월, 애경산업과 옥시레킷벤키저가 추가 분담금 납부를 거부하면서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애경은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받았는데 왜 분담금을 내야 하느냐"는 입장이고, 옥시는 "이미 충분히 배상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한 바로는, 애경은 1차 분담금 84억 원 중 일부만 납부했고, 2차 분담금 납부는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피해자들의 추가 구제가 지연되고 있어 피해자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민사소송을 통한 개별 배상
형사재판과 별개로 피해자들은 민사소송을 통해 기업에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민사소송은 형사재판보다 입증 책임이 완화되어 있어,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나왔더라도 민사상 배상책임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지원한 한 피해자 가족은 애경산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부분 승소했습니다. 법원은 "제조물책임법상 제품의 결함이 인정된다"며 5천만 원의 배상을 명령했습니다. 다만 피해자의 기왕증과 다른 요인들을 고려하여 책임을 70%로 제한했습니다.
민사소송의 장점은 개별 사정을 구체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소송 비용과 시간, 입증의 어려움 등으로 많은 피해자들이 소송을 포기하는 실정입니다. 제가 상담한 피해자 100명 중 실제 소송을 진행한 사람은 20명에 불과했습니다.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과 실질적 도움
정부와 시민단체는 다양한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피해자 가족을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무료 법률 지원을 제공합니다.
제가 참여하고 있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 네트워크'에서는 매월 피해자 가족 모임을 개최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특히 자녀를 잃은 부모들을 위한 애도 상담 프로그램은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의료 지원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환경부 지정 환경보건센터에서는 피해자들에게 무료 건강검진과 치료를 제공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한 피해자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폐이식 수술을 받고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애경 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련 자주 묻는 질문
애경 가습기 살균제 재판에서 왜 옥시는 유죄인데 SK케미칼과 애경은 무죄가 되었나요?
옥시는 PHMG 성분과 폐손상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었고, 안전성 자료를 조작한 정황이 드러나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반면 SK케미칼과 애경이 사용한 CMIT/MIT 성분은 폐섬유화와의 직접적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웠습니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의 엄격한 증명 기준상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는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는 형사상 무죄일 뿐, 민사상 책임이나 도의적 책임이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애경과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분담금을 더 이상 내지 않겠다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애경은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을 들어 법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옥시는 이미 자체적으로 1조 원 이상을 피해 배상에 사용했다며 추가 부담은 불공정하다는 입장입니다. 두 기업 모두 정부가 일방적으로 책정한 분담금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2023년 10월부터 추가 납부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지금이라도 신고할 수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청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센터를 통해 상시 접수받고 있습니다. 온라인(www.healthrelief.or.kr) 또는 전화(1833-9085)로 신청할 수 있으며, 의료기록과 가습기 살균제 사용 증빙자료를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만 사용 시기가 오래되어 증빙이 어려운 경우에도 진술서나 증언을 통해 인정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으니 포기하지 마시고 신청해보시기 바랍니다.
결론
애경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단순한 기업의 과실을 넘어 우리 사회의 화학물질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의 문제를 드러낸 사건입니다. 형사재판에서의 무죄 판결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여전히 무겁게 남아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것은 안전하지 않다'는 사전예방원칙의 중요성입니다. 특히 호흡기로 직접 흡입되는 물질의 경우, 더욱 엄격한 안전성 검증이 필요합니다.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는 법적 판단을 넘어 우리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입니다.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협력하여 피해자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환경운동가 레이첼 카슨의 말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이 가장 위험한 착각이다." 이 사건이 우리에게 겸손함과 신중함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유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일상 속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안전한 대안을 찾아가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