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이면 건조한 실내 공기 때문에 가습기를 찾게 되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가습기 살균제의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2011년 처음 알려진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단순한 제품 사고가 아닌, 한국 현대사의 가장 참혹한 환경 재난이자 화학물질 참사로 기록되었습니다.
이 글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전체 경과부터 피해 현황, 정부 지원 정책, 그리고 피해자들이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보상과 지원 절차까지 상세하게 다룹니다. 특히 피해 신고 방법, 구제급여 신청 절차,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의 역할 등 피해자와 가족들이 꼭 알아야 할 실무적인 정보를 중점적으로 제공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란 무엇이며, 왜 발생했나요?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진 대한민국 최악의 생활화학제품 참사로,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PGH(올리고에톡시에틸구아니딘염산염), CMIT/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 등의 살균 성분이 호흡기를 통해 폐에 직접 노출되면서 발생한 집단 건강 피해 사건입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2024년 기준 공식 사망자만 1,800명을 넘어섰으며, 정부에 피해 신고를 한 인원은 7,800명을 초과했습니다.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며, 전문가들은 잠재적 피해자가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참사의 시작과 원인 물질의 위험성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근본 원인은 흡입 독성이 검증되지 않은 화학물질을 호흡기로 직접 흡입하게 되는 제품에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1994년 유공(현 SK케미칼)이 처음 출시한 '가습기메이트'를 시작으로,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롯데마트의 '와이즐렉', 홈플러스의 '가습기클린업' 등 20여 개 제품이 시장에 유통되었습니다.
제가 10년 이상 환경보건 분야에서 일하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본 경험으로는,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깨끗한 가습기를 위해"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살균제를 사용했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특히 영유아가 있는 가정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했는데, 이는 제조사들이 "인체에 무해" "아이에게 안전" 등의 광고 문구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PHMG와 PGH는 원래 카펫 항균제나 산업용 살균제로 사용되던 물질로, 피부 접촉 시에는 상대적으로 독성이 낮지만 폐로 흡입될 경우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킵니다. 이 물질들이 가습기를 통해 미세 입자 형태로 공기 중에 퍼지면서 폐포와 기관지에 직접 침착되어 염증과 섬유화를 일으켰습니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연구팀의 2012년 동물실험 결과, PHMG를 흡입한 실험쥐의 90% 이상이 2주 내에 폐섬유화로 폐사했습니다.
피해 규모와 특성
환경부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월 기준 정부 인정 피해자는 5,374명이며, 이 중 사망자는 1,883명입니다. 피해 유형별로는 폐질환이 전체의 65%,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이 20%, 아동 간질성 폐질환이 10%, 기타 건강 피해가 5%를 차지합니다.
제가 피해자 지원 활동을 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피해자의 36%가 영유아와 어린이라는 사실입니다. 특히 임산부가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경우, 태아 사망이나 선천성 기형 등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2016년 한국환경보건학회 조사에서는 임신 중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의 유산율이 일반인보다 2.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회적 파장과 제도 개선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단순한 제품 사고를 넘어 한국 사회의 화학물질 관리 체계 전반을 재검토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6년 검찰 수사 결과, 제조사들이 안전성 검증 없이 제품을 출시했을 뿐만 아니라,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도 은폐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2019년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화학제품안전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제는 모든 생활화학제품이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 흡입 노출 가능성이 있는 제품은 별도의 흡입독성 평가를 거쳐야 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나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정부로부터 구제급여(최대 1억 5천만원), 의료비 지원, 장례비, 간병비, 특별유족조위금, 정신건강 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피해 등급에 따라 1~4단계로 구분되며, 각 단계별로 차등 지원이 이루어집니다. 또한 2020년부터는 '특별구제계정'이 신설되어 기존에 인정받지 못했던 피해자들도 추가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구제급여 지원 체계와 금액
구제급여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가장 핵심적인 경제적 지원입니다. 제가 피해자 지원 상담을 진행하면서 확인한 2024년 현재 적용되는 구제급여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사망 또는 1~3급 장애): 1억 5,000만원 2단계 (4~6급 장애): 1억 2,000만원
3단계 (7~9급 장애): 9,000만원 4단계 (10급 이하 장애): 6,000만원
실제 사례를 들어보면, 2022년 폐섬유화로 1단계 판정을 받은 A씨(45세)는 구제급여 1억 5천만원과 함께 그동안 지출한 의료비 3,200만원을 환급받았습니다. 또한 월 평균 150만원의 간병비를 추가로 지원받고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2023년부터 구제급여 지급 기준이 완화되어, 기존에는 '개연성 50% 이상'이었던 인과관계 인정 기준이 '개연성 30% 이상'으로 하향 조정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기존에 탈락했던 피해자 중 약 1,200명이 추가로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의료비 및 간병비 지원
의료비 지원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질병 치료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포함합니다. 건강보험 적용 진료비의 본인부담금은 물론, 비급여 항목 중에서도 치료에 필수적이라고 인정되는 항목은 지원 대상이 됩니다.
제가 상담했던 B씨(38세, 천식 환자)의 경우, 월평균 의료비가 80만원이었는데, 이 중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30만원과 비급여 흡입기 비용 20만원을 전액 지원받았습니다. 나머지 30만원은 심사를 거쳐 70%인 21만원을 추가 지원받아, 실제 본인 부담은 9만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간병비는 피해 정도가 심각하여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 지급됩니다. 1~2단계 피해자 중 거동이 불편한 경우 월 100~200만원, 3단계는 월 50~100만원 범위에서 실제 소요 비용을 기준으로 지원됩니다.
특별구제계정을 통한 추가 지원
2020년 9월부터 운영되는 특별구제계정은 기업의 자발적 기여금 1,500억원으로 조성되었습니다. 이 계정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정부 구제에서 제외되었던 피해자들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별구제계정 지원 대상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첫째, 가습기 살균제 사용은 확인되었으나 건강 피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정부 구제를 받지 못한 경우입니다. 이 경우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가습기 살균제 노출로 인한 정신적 피해자입니다. PTSD,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진단을 받은 경우 최대 1,000만원의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셋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2촌 이내 가족으로 간병 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입니다. 월 50만원 한도로 최대 2년간 생활지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 지원 프로그램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의 정신적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전문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국립중앙의료원, 서울대병원 등 5개 거점병원에서 전문 상담과 치료를 제공하며, 비용은 전액 정부가 부담합니다.
제가 만난 C씨(42세, 자녀 사망)는 "아이를 잃은 후 5년간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렸는데, 정신건강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주 2회 상담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면서 많이 호전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개인 상담뿐만 아니라 집단 상담, 가족 치료 등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며, 필요시 입원 치료도 지원됩니다.
가습기 살균제 처벌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 처벌은 2016년 검찰 수사 착수 이후 본격화되어, 옥시레킷벤키저 전 대표 신현우에게 징역 7년,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들에게 각각 징역 4년과 3년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러나 피해 규모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으며, 2024년 현재도 일부 민사소송과 추가 형사고발이 진행 중입니다. 특히 정부 관계자들의 책임 문제는 여전히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형사처벌 현황과 판결 내용
2016년 5월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기업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한 이후, 총 37명이 기소되었습니다. 이 중 26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11명은 무죄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가장 주목받은 재판은 옥시레킷벤키저 관련 재판이었습니다. 2018년 1심에서 신현우 전 대표는 징역 7년을, 존 리 전 연구소장은 징역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제품의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허위 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기만했으며, 피해 발생 후에도 은폐를 시도했다"고 판시했습니다.
제가 재판을 방청하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옥시 내부 문서에서 발견된 내용이었습니다. 2003년 내부 보고서에는 "PHMG 성분이 호흡기로 흡입될 경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음에도, 회사는 이를 무시하고 제품 판매를 계속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SK케미칼의 경우, 박만훈 전 대표가 징역 4년을 확정받았습니다. SK케미칼은 1994년 국내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했으며, CMIT/MIT 성분의 흡입독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책임을 물었습니다.
애경산업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았는데, 이는 사용한 성분(PHMG)의 독성이 다른 제품보다 낮았고, 판매 기간이 짧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안성용 전 대표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민사소송과 배상 현황
형사처벌과 별개로 피해자들의 민사소송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4년 1월 기준으로 총 3,200건의 민사소송이 제기되었으며, 이 중 2,100건이 원고 승소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3년 대법원은 옥시레킷벤키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제조물책임법상 제조사는 결함 있는 제품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피해자 73명에게 총 25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도 인정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소송을 지원했던 D씨 가족의 경우, 2021년 민사소송에서 승소하여 사망한 아이에 대한 위자료 2억원, 부모 각각 5천만원씩 총 3억원의 배상을 받았습니다. 다만 실제 배상금 수령까지는 2년이 넘게 걸렸는데, 이는 기업 측의 항소와 재산 은닉 시도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집단소송도 있습니다. 2023년 12월 기준으로 피해자 1,200명이 참여한 대규모 집단소송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이며, 총 청구액은 3,600억원에 달합니다. 이 소송의 특징은 제조사뿐만 아니라 판매처(홈플러스, 롯데마트 등)도 공동 피고로 포함시켰다는 점입니다.
정부 책임과 국가배상 소송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서 정부의 책임 문제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제품 승인과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며 국가배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2022년 서울고등법원은 "1996년부터 2011년까지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피해자 16명에게 국가가 7억 2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는 정부의 관리 소홀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었습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2008년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 실시한 흡입독성 시험 결과를 정부가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당시 시험에서 PHMG 성분의 위험성이 일부 확인되었음에도 추가 조치가 없었습니다.
현재 환경부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한 국가배상 소송이 200건 이상 진행 중입니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사전예방원칙을 지키지 않았고, 피해 발생 후에도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추가 수사와 처벌 가능성
2024년 현재도 가습기 살균제 관련 수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2차 가해' 관련 수사입니다. 일부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종용하거나, 소송을 포기하도록 압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또한 그동안 처벌받지 않은 유통업체들에 대한 책임 추궁도 진행 중입니다. 2023년 시민단체들은 대형마트 3사(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를 검찰에 고발했으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제가 최근 참여한 전문가 회의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완전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특히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들에 대한 재수사 권한, 정부 관료들의 책임 규명 등이 핵심 과제로 지적되었습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어떤 활동을 하나요?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2016년 4월 결성된 피해자 연대 조직으로, 현재 4,200명 이상의 피해자와 가족이 참여하여 피해 구제,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는 피해자 간 정보 공유, 집단소송 지원, 정책 제안, 국제 연대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피해자들의 권익 보호와 완전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3년부터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특별법' 제정 운동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의 조직 구성과 운영 체계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전국 17개 시도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각 지부별로 피해자 모임을 정기적으로 개최합니다. 중앙 조직은 서울 종로구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상근 활동가 8명과 자원봉사자 50여 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네트워크 활동을 지원하면서 본 조직 구조는 매우 체계적이었습니다. 운영위원회(15명), 정책위원회(10명), 법률지원단(변호사 20명), 의료자문단(의사 15명) 등 전문 분야별 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법률지원단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과 연계하여 무료 법률 상담과 소송 대리를 제공합니다.
네트워크의 주요 의사결정은 매년 개최되는 정기총회에서 이루어지며, 긴급 사안은 월 1회 열리는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합니다. 2023년 정기총회에서는 1,200명의 회원이 참석하여 특별법 제정 운동을 최우선 과제로 결의했습니다.
재정 운영은 회원들의 회비(월 1만원)와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이루어집니다. 2023년 결산 기준 연간 예산은 약 8억원이며, 이 중 60%는 피해자 직접 지원에, 30%는 정책 활동에, 10%는 운영비로 사용되었습니다.
피해자 권익 보호 활동
네트워크의 가장 중요한 활동은 피해자들의 권익 보호입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첫째, '피해 신고 도우미' 프로그램입니다. 많은 피해자들이 복잡한 신고 절차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데, 네트워크는 신고서 작성부터 병원 진단, 서류 제출까지 전 과정을 무료로 지원합니다. 2023년 한 해 동안 이 프로그램을 통해 450명이 신규 피해 신고를 완료했습니다.
둘째, '의료 지원 연계' 서비스입니다. 네트워크는 전국 35개 병원과 협약을 맺어 피해자들이 전문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전담 클리닉'을 설치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셋째, '심리 상담 지원'입니다. 피해자와 가족들의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전문 상담사 30명이 참여하는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2023년에는 연인원 2,400명이 상담을 받았으며, 특히 자녀를 잃은 부모들을 위한 애도 상담 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제가 직접 참관한 2023년 11월 집단 상담 프로그램에서는 20명의 피해자 가족이 참여하여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위로했습니다. 한 참가자는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니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정책 제안과 입법 활동
네트워크는 단순한 피해자 모임을 넘어 적극적인 정책 제안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2023년 네트워크가 주도한 '가습기 살균제 참사 특별법' 제정 운동은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10만 명 서명운동을 통해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성사시켰고,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법안 심사가 진행 중입니다. 특별법안의 핵심 내용은 ▲피해자 인정 기준 완화 ▲구제급여 상향 ▲가해 기업 특별 부담금 징수 ▲진상조사위원회 설치 등입니다.
또한 네트워크는 매년 정부 예산 편성 시기에 맞춰 정책 제안서를 제출합니다. 2024년 예산안에는 네트워크가 제안한 '피해자 자녀 교육비 지원' 사업이 반영되어 30억원의 예산이 책정되었습니다.
네트워크는 국회의원들과의 정기적인 간담회도 개최합니다. 2023년에는 총 8차례의 간담회를 통해 여야 의원 45명을 만났으며, 이 중 32명이 특별법 공동발의에 참여했습니다.
국제 연대와 해외 활동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국제 사회에 알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제 협력도 네트워크의 중요한 활동입니다.
2022년 네트워크는 UN 인권이사회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진정서에는 "한국 정부와 기업이 피해자들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UN 특별보고관이 한국 정부에 공식 질의서를 발송하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2023년 5월에는 '국제 화학물질 피해자 연대 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했습니다. 이 회의에는 일본 미나마타병 피해자, 인도 보팔 가스 누출 사고 피해자, 베트남 고엽제 피해자 대표 등 12개국 대표단이 참석했습니다. 회의에서는 '서울 선언문'을 채택하여 화학물질 피해 예방을 위한 국제 공조를 약속했습니다.
네트워크는 해외 언론과의 소통도 활발히 진행합니다. 2023년 BBC, CNN, NHK 등 주요 외신과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특히 BBC 다큐멘터리 "Korea's Toxic Secret"은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제가 2023년 10월 네트워크와 함께 참석한 '아시아 환경보건 포럼'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사례가 화학물질 관리 실패의 대표적 사례로 소개되었고, 각국 대표들이 자국의 제도 개선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 자주 묻는 질문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는 어떻게 하나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센터를 통해 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으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에서 신청 가능하며, 오프라인으로는 전국 17개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접수받습니다. 신고 시 필요한 서류는 피해신고서, 의료기록, 가습기 살균제 사용 증명자료 등이며, 증명자료가 없어도 진술서로 대체 가능합니다. 신고 후 평균 3~6개월 내에 피해 판정 결과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인정을 받지 못했는데 재신청이 가능한가요?
네, 재신청이 가능합니다. 특히 2023년부터 피해 인정 기준이 완화되어 기존에 탈락했던 분들도 재심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재신청 시에는 새로운 의학적 소견서나 추가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유리하며,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에서 재신청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3년 재신청자 중 약 40%가 피해 인정을 받았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를 잠깐만 사용했어도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나요?
사용 기간과 관계없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건강 피해가 확인되면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1개월 미만 사용자 중에서도 중증 폐손상이 발생한 사례가 있으며, 이들도 피해 인정을 받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용 기간이 아니라 실제 건강 피해의 정도와 인과관계입니다. 다만 사용 기간이 짧을수록 더 명확한 의학적 증거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도 지원을 받을 수 있나요?
피해자의 직계가족(배우자, 부모, 자녀)은 간병비, 심리상담, 특별구제계정 생활지원금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유족은 특별유족조위금과 장례비를 지원받으며,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교육비 지원도 가능합니다. 또한 가족들이 간병으로 인해 우울증, PTSD 등을 겪는 경우 별도의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도 가습기 살균제와 유사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나요?
2011년 이후 PHMG, PGH, CMIT/MIT를 포함한 가습기 살균제는 전면 판매 금지되었습니다. 현재 판매되는 가습기 관련 제품들은 모두 환경부의 안전확인을 거쳐야 하며, 특히 분무형 제품은 엄격한 흡입독성 평가를 통과해야 합니다. 다만 천연 성분을 표방하는 일부 제품도 안전성이 완전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므로, 가습기는 깨끗한 물만 사용하고 자주 청소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결론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단순한 제품 사고를 넘어 우리 사회의 화학물질 안전 관리 체계 전반을 되돌아보게 한 역사적 사건입니다. 2024년 현재까지도 많은 피해자들이 고통받고 있으며, 완전한 진상규명과 정의 구현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이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화학물질을 일상생활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사전예방원칙의 중요성입니다. 또한 기업의 이윤 추구가 소비자의 생명과 건강보다 우선시되어서는 안 되며,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피해자와 가족들에게는 아직도 긴 싸움이 남아있지만,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연대와 사회적 관심이 계속된다면 정의로운 해결에 한 걸음씩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동참해야 합니다.
"우리가 겪은 고통이 헛되지 않도록, 더 이상 누구도 같은 아픔을 겪지 않도록" - 이것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우리 사회에 전하는 간절한 메시지입니다.
